온라인 게임에서 PK의 적정 수위는?


온라인 게임 유저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당해봤을 PK. 몬스터가 아닌 플레이하는 사람 캐릭을 죽인다는 의미로 Player Kill의 약자이며 한국어로 줄여서 피케라고도 한다. MMORPG의 또 다른 묘미이자 공성때 이외에도 활발한 필드전을 제공하며, 유저가 유저를 심판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한다.

PK에 대해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면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일단은 중립적인 입장으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실 PK란게 제작사측 입장에서는 도입시킬만한 매력적인 컨텐츠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유저를 더 오랫동안 게임에 붙잡아놓게 부여하는 재미 요소 중 필수라 할 만한 시스템이기 때문. 플레이어는 필드의 몬스터를 잡고 렙업을 하며 사냥에 지쳐갈 즈음 다른 재미 요소로 건너간다. 이 때 비중이 큰 하나가 유저 vs 컴퓨터가 아닌 유저 vs 유저의 대립 관계이다. 정해진 AI로 정확히 움직이는 NPC에 비해 사람이란 존재는 예측할 수 없는 흥미로운 행동 패턴을 소지하고 있으며, 반응 또한 너무나 다양하다.

사실 온라인 게임의 매력이 혼자만 즐기고 끝낼 PC게임이 아닌 광활한 넷상의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남과 부대끼며 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원천적이면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전제조건 속에서 타인과의 접전은 긴장감을 극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데 부족함이 없기에 거의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스템으로 도입된다.

그런데 이 PK의 적정 수위는 어느정도가 되야 할까? 특별히 새로운 컨텐츠를 짜내서 도입하지 않아도 유동적인 플레이어들끼리 알아서 놀게 되는 시스템이기도 하지만, 그에 관련한 수위를 책정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을 듯 하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 온라인 게임들로부터 수 차례 이슈화되며 변형되어왔고, 지금도 여전히 불완전한 법과 같은 것은 틀림이 없다.



과거 리니지1에서 악명이 높았던 이럽션 PK <출처: 플레이포럼>

국내 온라인 게임의 대표 선두주자라 할 만한 리니지1의 과거는 그 PK의 영향이 얼마나 높았고, 또 수많은 수정이 기해졌음을 예전 플레이어들은 다들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한 예로 들자면 스샷에서도 볼 수 있듯 강력한 공격마법인 '이럽션'을 이용한 것인데, 한두명이 아닌 여러 명이 모여서 타이밍을 맞춰 그 마법을 날리면 맞는 쪽은 도망칠 틈도 없이 일격에 즉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 PK가 성행할 수 있었던 건 그 마법의 강력함 자체에도 있지만 발동 타이밍과 데미지 적용 타이밍이 어긋나는 점과 화면 이동에 따른 상황판단 예측 불가도 적지 않게 기여를 한 결과다. 마법에 타격을 당한 순간 HP가 깎이는 게 아니라 마법 모션이 발동되는 순간 깎이기 때문에 더욱 순식간에 이루어지며, 2D게임 특성상 벽 뒤에 숨으면 캐릭이 보이지 않기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지나가다 봉변을 당하기 일쑤였다. 캐릭터가 죽으면 높은 확률로 아이템을 떨구었기에 그 점을 노리고 개개인의 이익 융합에 의해 조합된 집단인 것도 성행 원리에 적지 않게 한 몫 한다.

상황이 심각할만한 수준이 되자 NC에서는 PC를 향한 마법 중첩시 데미지 감소 시스템을 도입한다. 또한 스샷처럼 멋모르고 던전 내부로 들어오자마자 죽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계단 등을 이용한 맵 전환이 되는 순간은 몇 초간 데미지를 받지 않는 무적 상태를 적용시켰다. 그래도 여전히 벽이나 수풀 속에 숨어서 PK를 하는 유저가 많았기에 죽는 쪽도 라우풀 수치가 일정 이상 되면 아이템을 떨굴 확률이 대폭 감소하는 방안을 첨가시켜 PK의 기제를 차단시켰다.

이후로도 몇 번의 심각하다 싶을 만큼 부당한 PK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계속해서 막아놓았는데, 그런 걸 볼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옛날처럼 마음대로 PK는 못 하게 되면서 재미 요소가 하나 사라지겠구나 하는 것. PK를 즐기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어디어디서 무슨 PK가 출현하고 어느 집단이 PK로 유명하고.. 그런 소문같은 것들은 온라인 게임에 있어서 또 하나의 사람 숨쉬는 공간이라 느껴질법한 아쉬움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온라인 게임도 빠르게 발전했고, 다른 방향으로 즐길만한 수많은 컨텐츠가 도입되며 내 걱정은 이제는 추억으로 전환시켜도 될만한 시점... 아니, 그 전부터 서서히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옛날처럼 악명 높은 PK집단이 한 서버를 벌벌 떨게 만들거나 지존 장비를 착용하고 독고다이로도 충분히 PK하고 다니며 아이디를 드높였던 사건을 한낱 추억으로만 치부하기도 좀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파괴본능과 맞물려 더 나아가 게임의 발전 자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소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결코 FPS게임처럼 한순간에 죽이고 그 자리에서 휘발될 가벼운 게임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MMORPG는 오랜 시간동안 하나의 캐릭을 키우면서 그 성취감에 즐거움을 느끼는 데에 주된 목적이 있다. 그러나 부가의 즐거움을 안겨주기 위해 도입된 PK가 그런 성취감을 너무나도 쉽게 무너뜨려 버린다면 이는 부조리함에 진저리치고 유저들을 떠나가게 할 확률도 높다. 리니지도 그래서 PK한 캐릭에게 주는 패널티를 끊임없이 강화시켜왔고, 이제는 웬만해선 PK하는 캐릭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적정선에는 만족하지 못할 만한 상황이 종종 느껴지는 바이다. 리니지2 같은 경우는 아이템을 떨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경험치는 감소함) 심심하면 쟁이라든지 무필 선언이 발동된다. 너무나 가볍게. 한국인 특유의 투쟁 본능일까 지기 싫어하는 인간의 마음에 기여한 것일까? 더군다나 타 온라인 게임에선 잘 모르겠는데 리니지2같은 경우는 PK했다는 증거가 남는 카오상태를 일정 렙만 되면 너무나도 빨리 풀어버리고, PK수치도 죄퀘('사슬에 달린 너의 형제' 퀘스트)를 통해서 1시간도 안 돼 몇 개를 바로 소멸시킬 수가 있다. 아무리 넷상이긴 하지만 사람을 죽인 죄가 그렇게 쉽게 씻어지는 건지 좀 되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리니지2 죄퀘를 시작하는 NPC. 한 번 완수할 때마다 PK 전적 횟수를 1~5랜덤으로 소멸시켜준다.

물론 패널티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느니 그런 주장을 하려는게 아니다. 현재의 수준을 벗어나면 PK가 온라인 게임에 기여하는 영향력이 불투명해져 버릴지도 모르는 선인데다가, 의도하지 않은 행위나 오해 등으로 까딱 잘못해서 캐릭을 죽여버리는 경우도 많다. 또한 현재도 성행하고 있는 오토 프로그램 캐릭터들을 카오불사하고 죽여야 할 상황도 있다는 것이 그러한 이유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즐길만한 컨텐츠가 늘어나고 나름대로의 목표도 많이 잡혀 있는데 PK등이 들어와서 죽는 것만큼 온라인 게임에서 기분나쁜 일도 없다고 본다. NPC의 지정된 수치를 계산하며 플레이하다 까딱 본인의 잘못으로 죽는 것과 예상치 못한 같은 플레이어에 의해 죽어서 경험치 감소하든지 패널티가 생기는 건 그 허무함의 차이는 심하다. 더군다나 이는 한순간의 심리로 게임을 접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누군가 나를 죽이고 싶어할 만큼 미워한다는 것. 그런걸 두 눈으로 목격하고도 흔들리지 않을만한 심리를 가질 사람이 있을까?

PK의 적정 수위는 어느정도가 되어야 할까. 이것은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기획자들에게 있어서 쉽게 확답내리기 힘든 애매한 또 하나의 과제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by 카잔스카이 | 2008/06/20 19:44 | 플래티넘 카잔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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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당근 at 2008/06/20 22:20
린2에 죄퀘가 생긴 건 하드유저의 게임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고 봐요..
클2 전까지만 해도 리니지1에 맞먹는 레벨업 속도를 자랑하는 게임이었는데
pk가 쌓여서 점점 카오가 되면 패널티가 높아지는 형태가 됐기 때문에
(그렇다고 린1처럼 캐릭 혼자서 뭔가 할 수 있는 게임도 아니고..)
캐릭이 "버려야 할 상황"이 오면 캐릭을 다시 키워서 게임에 합류하기 보다는
그냥 접는 상황으로 가버렸거든요.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클2때는 오만의 탑과 사냥터 리뉴얼을 통해 렙업을 쉽게 바꿔버렸는데
그것때문에 또 하드 유저들이 이탈하고.. (누군 죽어라고 했는데 누군 쉽게 업하니까)

하드 유저들 잡으려고 서브 만들었다가 또 이거저거 키워놨던 폐인들 이탈하고..
ㅇ_ㅇ

하여간 리니지2도 가만히 되돌아보면 유저와 게임사간의 삽질의 역사랄까 -ㅂ- ㅋㅋㅋ

근데 난 대체 무슨말을 하려고 리플을 단 걸까..
Commented by 카잔스카이 at 2008/06/21 13:42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있다고 봅니다. 죄퀘가 생김으로써 하드유저가 게임을 접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을진 몰라도 그들이 하는 무분별한 PK로 인해 타인이 또 게임을 접고 싶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니까요. 결국 너무 지나치지도 가볍지도 않게 적정선을 맞추어야 하는데 이건 역시 쉽게 결정하지 못할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카오 상태를 오래 지속시켰음 하는 바램도 있지만..

리니지2가 확실히 하드유저들에게 점차 불리하게 돌아갈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활력 시스템이라든지 그레시아 업뎃으로 생긴 쉬운 전직이라든지... 하지만 제작사측 입장으로선 신규 유저를 잡는것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여겼겠죠. 하드 유저는 따로 보상(?)을 안 해줘도 할 사람은 계속 한다는 예상에서였을까요 ^^;
Commented by Laphyr at 2008/06/21 20:31
리니지2는 하드하게 플레이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여느 게임에서든 PK는 확실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리니지를 증오하면서 접게 된 이유도 거대 혈의 횡포와 일방적인 여론 플레이, 거기에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척살' 때문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PK를 즐기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정말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시스템 상 어쩔 수 없이 PK를 해야하는 WOW에서조차 최대한 상대 플레이어를 죽이지 않고 플레이하면서 (오히려 적 플레이어를 도와주면서, 제스쳐를 통한 감사 인사를 받으며 쾌감을 느끼기도?) 즐겨왔었고,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진행이 안되는 FPS게임은 아예 하지도 않습니다. '모드'라는 것이 있어서 어느 적정선을 넘어가면 분노하여 PK모드가 되어버리는 것은 여느 사람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선빵을 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는 클 수밖에 없겠죠. 더욱이 아이템을 떨구는 시스템이라면요.

애초에 카오틱/라우풀 수치를 적용해서 게임을 운영하기 시작한 리니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 근본적인 방법은 PK가 가능한 서버와 그렇지 않은 서버로 나누는 방법인것 같습니다. 불량 유저를 선량한 유저가 척살하는 긍정적인 방향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방향으로 PK가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해볼때, 원하는 사람만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Commented by 카잔스카이 at 2008/06/22 01:15
사실 리니지 하다가 접었던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무분별한 PK가 맘에 안 들어서란 이유가 적지 않더군요. 지금은 꽤 많이 완화됐지만 예전 리니지1의 경우는 그야말로 PK의 향연이었습니다. 본문에 언급한 이럽션 피케이 말고도 칼피, 활피는 물론이요 소막 피케이, 장로 피케이, 괴물눈 피케이, 버그베어 피케이, 도베르만 피케이, 투망 피케이, 심지어는 초보자들이 시작하는 말하는 섬 주변에 에볼 피케이까지 정말로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거대 혈의 횡포는 예전부터 꾸준히 있었습니다만, 일방적인 여론 플레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불거지는 것 같은데 아마도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익숙해져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실은 둘째 치고 인맥과 그럴듯한 꾸밈말을 자아낼 수 있는 분들이 주도권을 잡으니, 힘 없는 유저들이 당하게 되는 건 현실이나 온라인이나 매한가지 같군요.

WOW는 안 해봐서 모르겠습니다만 그 곳의 PK수위는 그래도 리니지보다는 완만한가 보군요. 사실 리니지2에도 Non-PK서버가 있긴 합니다만 예전 http://kazansky.egloos.com/1726476 포스트처럼 성인 서버도 아니고 비쥬얼에서의 차감도 있어서 역시 별로 내키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꼭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리니지1에서의 Non-PK서버 등을 보면 상대적으로 PK서버보다 접속자수가 적더군요.(개인적으론 접속자수가 적은 쪽을 오히려 선호하긴 합니다만) 그런 현상을 보면 PK가 안 되면 어쩐지 수준이 낮거나 초딩(?)같은 유저가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선입견 같은것도 작용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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