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나 애니를 볼 때 느끼는 것


오래 전부터 일본 만화나 애니같은 컨텐츠를 볼 때마다 공통적으로 느껴온게 있습니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묘한 감정인데... 일종의 후유증 같은 건지도 모르겠군요. 음... 대다수의 오타쿠들이 느끼는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꽤 오래전에 마치 자신이 경험한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아련하고 그리운 감정 같은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느꼈던 특정 장면만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리며 그 상황을 끊임없이 되뇌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참 기분이 묘한게, 2차원속의 가상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 깊은 추억같은 것을 자극하는 그런 느낌이란 말이죠.

제가 일본 사람도 아니고, 어렸을 적부터 한국 문화를 훨씬 많이 접한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만화나 애니에서 어째서 이런 감정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희한한건 일본어에 대해 전혀 몰랐던 몇 년 전, 에로 상업지를 보면서 그런 감정에 수없이 휩싸였다는 겁니다. 에로씬에서 그런 감정을 받았다는 게 아닙니다. 주인공과 히로인이 만나고 헤어지고, 혹은 특별한 장소에 가서 로맨스를 펼치거나 그럴 때마다 그 장면들이 머릿속에 남습니다.

일종의 신비감 같은 것일까요. 어렸을 때부터 보고 듣고 완벽히 이해하고 그러면서 함께한 한국 문화는 '익숙해서' 그런 감정에 휩싸이지 않는 듯도 합니다. 반면에 일본 문화는 한국과 많이 유사하면서도 뭔가 살짝 변방으로 달리는 듯한 스토리와 세계관이기 때문일 겁니다. 또한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발달한 국가이니만큼 사람이 느끼는 기쁨이나 슬픔, 분노, 전율.. 뭐 이런 감정들을 극대화시킬만한 연출력을 갖고 있기에 대다수의 작가들도 그런 감각이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컨텐츠는 동양적인 판타지 세계관을 아주 잘 미싱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오래전에 병원 신세를 좀 길게 졌던적이 있었는데... 그 때 누군가가 놓고 간 게임 잡지책에서 마법사 로브를 입은 캐릭터 그림을 보고 가슴 속 무언가를 자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것도 일종의 그리움같은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서양 판타지에서 전해지는 특유의 느낌이랄까요.

이런 감정들을 어떻게 딱히 짚어서 말하기가 힘들군요. 하지만 일본 만화나 애니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때마다 아련하게 자꾸 속을 찔러대는 것 같아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관련 동인지나 엔솔로지의 작가들도 그런 기분을 받고 제작하는 걸까요. 아무튼 소위 말하는 이 오타쿠 문화란게 여러모로 참 오묘한 세계 같습니다.

by 카잔스카이 | 2008/02/25 04:41 | 플래티넘 카잔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kazansky.egloos.com/tb/145570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코토네 at 2008/02/25 09:10
공감합니다. 제게도 만화나 애니를 볼 때 그런 감정이 느껴지는지라....;;
Commented by 말없는작가 at 2008/02/25 18:20
전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걸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
Commented by 리샤오란 at 2008/02/25 20:42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런게 저도 종종 느껴지더군요.
Commented by 카잔스카이 at 2008/02/26 09:24
코토네님/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두운 내용에서 그런게 자주 느껴지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해도 그런 감정이 종종 이는 걸 보면 참으로 이상한 현상입니다;

말없는작가님/ 별로 편안한 감정은 아니니 안 느끼시는게 좋을 듯..? -_-a; 그리고 그다지 경험과는 상관없다 생각합니다. 예전에도 자주 그런걸 느껴서말이죠(...)

리샤오란님/ 시간이 지나면 어느정도 엷어지는데 역시 그 사이에 후유증같이 남아있는 게 뭔가 묘하더군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